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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글래디에이터.영광과 복수, 그리고 인생의 교훈

by deribari 2024.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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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으로 글래디에이터라는 영화를 접했던 기억은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하다. 그때는 중학생 시절이었고, 아버지께서 영화를 보자고 하신 주말 저녁이었다. 우리가 자주 그러듯이 저녁을 먹고 나서 거실에 모여 영화를 고르던 그 순간이 떠오른다. 영화는 나에게 항상 특별한 시간이었고, 아버지와 함께 보는 영화는 그중에서도 더 의미 있었다. 그때는 그냥 대단한 액션 영화겠거니 생각하고 아무 기대 없이 자리에 앉았지만, 몇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맥시무스 데시무스 메리디우스라는 인물이 나오는 순간부터 나는 그에게 빠져들었다. 그의 눈빛은 단단했고, 그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강력했다. 로마 군단의 장군으로서 그는 위풍당당했으며,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신임을 받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나는 영화 내내 그의 행동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했다. 그에게는 완벽한 인생이 보장되어 있었던 것 같았지만, 영화는 곧바로 그의 운명이 처참하게 뒤집히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아버지는 그때 내게 "맥시무스의 인생이 우리의 인생과 다를 게 없다. 우리는 언제든지 예상치 못한 일을 마주할 수 있고, 그때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중요하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이 나는 어렸을 때는 그저 멋있게만 들렸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그 의미를 더 깊이 깨닫게 되었다. 사람은 항상 영광 속에 있을 수 없고, 인생의 고난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아버지의 말씀처럼 맥시무스는 그 모든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찾아 나아갔다.

영화 속에서 맥시무스는 가족을 잃고,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긴 채 노예로 전락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의 내면에는 끓어오르는 복수심이 있었고, 동시에 로마를 구하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그가 검투사로서 무대 위에 섰을 때, 그의 눈에는 단지 살아남기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글래디에이터는 그저 스펙터클한 검투사 액션 영화가 아니라, 삶의 무게와 투쟁을 담고 있는 이야기다. 이 점이 내가 이 영화를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한 장면, 한 장면이 그때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내가 절대 잊을 수 없는 장면은 검투사로서 처음 경기에 나가던 맥시무스가 상대를 모두 물리친 뒤, 군중에게 소리치는 장면이다. 그는 화가 난 채로 외친다. "Are you not entertained?"(여러분, 재미있습니까?)라는 질문은 군중들을 향한 것이었지만, 나는 그 순간 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삶 속에서 많은 것에 열광하고, 때로는 누군가의 고난을 마치 구경거리처럼 여길 때도 있다. 맥시무스의 그 외침은 영화 속 군중뿐만 아니라, 나를 포함한 모든 관객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그때 나는 영화에서 단순한 오락을 찾는 것이 아닌, 그 이면에 담긴 메시지에 집중하게 되었다. 복수는 그저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아니라, 자신의 정의를 되찾고, 삶의 의미를 회복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우리는 성장하고,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게 된다. 맥시무스는 자신의 복수를 이루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들과의 약속을 지키며 로마의 자유를 위해 싸운다. 그가 마지막 순간에 선택한 것은 개인적인 복수가 아닌, 더 큰 의미의 정의였다.

그날 이후로 나는 글래디에이터를 몇 번이고 다시 보았다. 매번 볼 때마다 느끼는 바가 달랐고, 새로운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린 시절에는 단순한 액션 영화로만 보았던 장면들이, 성인이 되어서는 더 깊은 의미를 담은 이야기로 다가왔다. 특히 맥시무스가 로마 황제의 유언을 받들고자 하지만, 결국 그가 배신당하고 비참한 처지로 전락하는 장면은 인생이 얼마나 무상한지 보여준다. 인생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찾으려 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가슴 깊이 남았다.

아버지와 함께 했던 그 시간도, 맥시무스처럼 나에게는 소중한 기억이자 가르침이다. 아버지는 때때로 영화의 한 장면, 대사를 인용하시며 내게 인생의 교훈을 전하곤 하셨다. 특히 맥시무스가 말한 “내가 여기서 하는 일은 영원히 울려 퍼질 것이다"라는 대사는 나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우리가 하는 선택 하나하나가 결국 우리의 인생을 결정짓고, 나아가 그 울림이 세상에까지 퍼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만든다.

지금도 가끔씩 글래디에이터를 다시 보며 그때의 기억을 떠올린다. 아버지와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던 그 순간은 단순한 영화 관람 이상의 의미였다. 그때의 대화, 아버지의 말씀, 그리고 영화 속 맥시무스의 여정은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시간은 흐르고 많은 것이 변했지만, 이 영화가 내게 준 교훈은 여전히 남아 있다. 마치 영화 속 맥시무스의 목소리처럼 말이다. 

아마도, 내가 글래디에이터를 다시 보게 될 날이 온다면, 나는 또 다른 시각으로 이 영화를 바라볼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각이 어떻게 변하든, 그 영화가 내게 준 감동과 교훈은 변치 않을 것이다. 영화 속에서 맥시무스가 그랬듯이, 우리도 삶 속에서 끊임없이 싸우며 우리의 길을 찾고, 영원히 남을 선택을 해나가야 한다는 진리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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