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펄프 픽션을 처음 본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때는 영화 속 대사와 장면들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나를 휘몰아쳤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봤던 영화는 아니었고, 혼자 방에 앉아 작은 TV 앞에서 봤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이름이 낯설었던 시절이었지만,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그 독특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펄프 픽션은 전형적인 영화가 아니었다. 이야기가 앞뒤로 뒤섞여 나와서 처음에는 혼란스러웠지만, 점차 그 혼란 속에서 펼쳐지는 각각의 이야기가 어떻게 맞물리는지 알아가면서 그 재미에 빠져들었다. 특히 존 트라볼타가 연기한 빈센트와 사무엘 L. 잭슨의 쿨하면서도 이상한 파트너십은 잊을 수 없다. 대사 하나하나가 어쩌면 그렇게도 묘하게 인상 깊은지, 그때까지 봤던 영화와는 달리 대사가 주는 묘한 쾌감이 있었다.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장면 중 하나는 역시 빈센트와 우마 서먼이 연기한 미아가 함께 클럽에서 춤을 추는 장면이다. 60년대 고전적인 춤을 추는 두 사람의 모습이 단순한 시간 때우기가 아닌, 그 자체로 영화의 정수를 담아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사건들은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게 흘러갔다. 그때 그 장면에서의 긴장감은 손에 땀이 날 정도였다. 빈센트가 주사기로 미아를 살리려는 순간은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펄프 픽션은 그저 액션이나 폭력만을 위한 영화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속에 담긴 인간관계, 우연과 선택의 연속성, 그리고 각 등장인물이 겪는 작은 사건들이 모여 만들어낸 거대한 이야기의 흐름이 흥미로웠다. 영화가 끝났을 때는 이상하게도 모두가 연결되고, 또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영화를 본 뒤 오랫동안 나는 그 대사들을 곱씹었다. 사무엘 L. 잭슨이 외치는 성경 구절, "에제키엘 25:17"은 그 당시에는 단순한 대사처럼 들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의미가 깊이 새겨졌다. 그 장면이 주는 강렬한 인상은 내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장면이 되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줄거리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여러 개의 이야기가 어떻게 퍼즐처럼 맞물려 있는지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여러 번 다시 봐도 매번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때마다 또 다른 재미와 깊이를 느꼈다. 펄프 픽션은 나에게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져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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